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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하기/2022년

여름 강북5산 도전실패 (불수사도)

by 산고양이 2022.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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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장마기간이 돌아왔어요.

습도가 높고 한낮기온도 30도가 넘어서

아무것도 안해도 땀이 주르륵 흐르고

숨이턱턱 막히는 습식 사우나 같은 계절이예요.

 

이런날은 짜증이 단전 깊숙한곳에서 부터

끊임없이 솟아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죠.

"이열치열" 이라는 말이 있듯이

가만히 있어도 땀이나는거

제대로 땀을 빼자라는 생각으로

강북5산에 도전해 봤어요.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도 있잖아요. ^^

<산행코스>

화랑대역 3번 출구 → 백세문 → 불암산 → 덕릉고개 → 수락산 → 도정봉 → 회룡역 → 편의점 (물 보충) → 호암사 → 사패산 → 포대능선 → 신선대 → 원통사 → 우이역 하산 → 북한산 (취소)

<산행 대장님 트랭글 데이터>

저는 중간에 살짝 다른 코스로 빠져서 거리나 평균 속도는 참조용이예요. 하지만 저의 체감상으로 더 힘들면 힘들었지 쉽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이유는 아래 글 읽어보면 아실거예요. ^^;

<공릉산 백세문 출발>

금요일 밤 12시 화랑대역에서 팀원들을 만났어요.

처음보는 분도 계시고 익숙한 분도 있었는데

다들 얼굴에는 "나 등산 좀 해!" 라는

자신감이 보이더군요.

 

최근 설악 공룡능선에서 크게 한번 좌절을 하고

중탈해서 이번 종주 도전은 꼭 성공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등산가방도 경량으로 준비하고,

등산화도 가벼운 트레킹화로 샀어요.

바지는 춘추용으로 입고 다녔는데

날씨가 더워서 무조건 반바지로 준비했고요.

무슨 취미든 한번 빠지면 장비 욕심이 생긴다더니...

장비 욕심없는 저도 이번에 종주 준비를 하면서 이것저것 비교하며 구매를 하다보니 장비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지름신"이 올뻔했지만 "가성비"를 따져가며 저렴하게 구매했어요. 왜냐하면 갑자기 비싼거를 샀다가 몇번 사용 안하고 그대로 방치 또는 중고판매를 하는것보다 초반 입문때는 적당한 장비로 소모주기 or 어떤 기능이 나에게 필요한지 파악해야 다음 장비 구매시 실수를 줄일 수 있을꺼란 생각이었어요.

그래도 유명 브랜드 장비가 눈에 밟히긴 하네요. ^^

<서울 야경>

야간 트레일 런닝 팀이 먼저 출발하고

저희도 빠른 속도로 등산을 시작했어요.

역시나 등산을 잘 하시는분들만 모여서 그런지

평균 속도도 빨랐고 중간 쉬는 시간도 짧았어요.

온도는 생각보다 높지 않았지만

습도가 높아서 땀이 금방 주르륵 흘렀어요.

저도 땀이 많이 나서 체력이 금방 떨어지더라구요.

옷을 쥐어 짜면 땀이 후두둑... 장마철이라서 그런가?

 

제 생각에 등산복 재질은 면제품 비추예요.

왜냐하면 땀 흡수는 잘되어도 열배출이나 땀이 잘 마르지 않거든요. 단거리 등산코스는 상관없지만, 중장거리 등산에서는 조그만 무게 때문에 완주여부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특히 속옷은 더욱 신경써야되요.

이번에 저는 면제품 속옷을 입었다가 땀이 마르질 않으니 마찰력이 높아지고 살이 쓸려서 결국 걸을때마다 엄청난 아픔이 밀려와서 북한산은 못가고 중탈을 했어요.

그리고 땀띠도 더 생기고요. ㅠㅠ

앞으로 종주때 면삼각 팬티는 피해야지~

특히 겨울철에는 더욱더 면제품을 피해야해요.

왜냐하면 젖은 속옷이 체온유지를 어렵게해서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예요.

<불암산 정상>

오늘 목표 강북5산 중 첫번째 불암산 정상에 올랐어요.

높이 508M, 어두워서 거북 바위는 못보고 지나쳤지만 서울시내 야경이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현재시간 새벽 2시 대략 1시간 반정도 걸렸네요.

평소였으면 자고 있는시간인데 이시간에 야등이라니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하겠죠? ^^

인증사진을 찍고 하산하여 덕릉고개를 지나 수락산 방향으로 출발했어요.

평소 등산 속도보다 빠르고 휴식시간도 짧았지만 아직까지는 컨디션을 잘 유지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도솔봉(대략 540M) 중간쯤 왔을때 문뜩 깨달았어요. 손이 허전하다는 것을... ㅠㅠ

맞아요. 핸드폰을 잃어버렸어요.

 

어디에서 놓고 온건지 감도 안잡히고 눈 앞이 캄캄했어요. 한참 속도를 내서 올라가던중이었는데 결국 모두를 멈춰세웠죠. 산행대장님께 얘기를 하고 팀원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저혼자 이탈하여 찾는다고 했어요.

모두들 걱정해주었지만 그순간 복잡한 표정들은 저에게 잊지 못할 순간이었어요.

저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종주가 실패했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거든요. >.<

그렇게 팀원들과 헤어져 혼자 핸드폰을 찾으러갔어요.

어두운 산길을 팀원들을 따라갈때는 몰랐지만 혼자 길을 찾으며 가는것은 길도 잘 모르고, 겁도 나고, 더 많이 체력도 소진되면서 컨디션 조절이 안되었어요.

 

여긴 어디? 나는 뭐하고 있는겨? 꿈인가?

휴식을 취했던 지점을 중점으로 수색하며 빠르게 하산하다가 덕릉고개 계단 휴식했던 지점에서 수색하던 중 불빛이 보였어요. 순간 직감적으로 느낌이 왔죠.

찾았다~~~ ^^;

친구가 걱정이 되어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주고 있었던 거였어요. 게다가 제가 따라 붙을 수 있게 기다려주고 합류지점까지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았어요. 감동감동

이제 핸드폰은 다행히 찾았고 팀원들과 합류만 하면 되었지만 벌써 수락산 정상에 거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저의 맨탈은 무너졌어요. 왜냐하면 왔던길을 다시 올라가야하는 상황이였고, 설상가상 업친데 덮친격으로 랜턴 건전지마져 떨어져서 주변이 깜깜해졌어요.

오리무중 ㅋㅋㅋ 아는 사자성어 다 나오넹 ㅋㅋㅋ

핸드폰 후레쉬를 비추며 예전에 다녔던 기억을 더듬으며 포기하지않고 수락산 정상을 향해 갔어요.

팀원들과 거리가 상당히 멀어졌기에 따라 붙는다는 생각은 접었고 '그냥 내가 갈 수 있는곳 까지만 가자' 라는 마음이었어요. 천천히 가더라도 제일 중요한건 사고안나고 길 잃어버리지 않는거니깐요.

그렇게 1시간정도 지난것 같아요...

<철모바위>

여름이여서 어둠이 가시는 시간과 일출은 빨랐어요.

날이 밝아지니 길잃을 두려움이 사라져서 그런지 힘이나서 속도를 낼 수 있었는데 핸드폰 배터리는 많이 소모되었더군요. ㅠㅠ 때마침 친구에게 연락이왔고 이제 수락산을 내려와서 도정봉을 향하고 있는데 저의 위치를 물어봤어요. 팀원들이 제가 오기까지 기다리는건 종주 일정이 틀어질 수 있어서 한참 고민하다 저는 다른 경로로 하산하여 택시를 타고 '회룡역'에서 합류하기로 했어요.

저도 그렇게하는것이 팀원들에게 덜 미안하고 부담감도 줄어들어 다른 경로를 찾기 시작했어요.

<수락산 정상> 높이 637M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어요. ㅜㅜ

평소에 사람이 많아 북적대던 곳이었데 지금은 저 혼자만 있었어요. 힘들게 여러일들을 겪고와서인지 아니면 일출의 광경이 예뻐서인지 적막한 공간에 새소리만 간간히 들려 묘한 느낌이었어요.

오롯이 저혼자만의 공간에서 멋진 풍경을 눈으로 담으며 지친 몸을 잠시 쉬는 이시간이 아주 오랫동안 기억될듯 하네요. 물 한모금 마시고 바로 수락산 절벽쪽으로 하산을 시작했어요. 장마철 비가 수시로 와서인지 물웅덩이가 곳곳에 있고 길에도 물이 흘러내려 어떤게 길인지 계곡인지 알기 어려웠어요. 더더군다나 험한 바위길에 가파르고 흙길은 미끄럽고 질퍽해서 여러번 넘어질뻔하다가 결국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어요. ㅜㅜ

 

다행히 다친곳은 없었지만 험난한 하산길에 무릎과 다리 근육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어요.

<석림사 계곡>

장마철 기간이여서 계곡엔 평소보다 물이 정말 많았어요. 온몸에 땀범벅이여서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풍덩하고 싶은 맘이었지만 흙범벅인 곳만 씻고 석림사 및 노강서원을 지나 장암역 앞 큰길가로 갔어요.

이른 아침 택시를 잡고 회룡역으로 가서 팀원들과 합류하려 했지만 역시 택시는 아무리해도 잡히지가 않았어요. 카**택시 어플로 불러도 택시기사님들이 거부하고 취소를 유도하고 한참을 그렇게 30여분 반복하다 겨우 기사님께 부탁하며 회룡역으로 갈 수 있었어요.

그리멀지 않은 곳이여서 맘같아서는 걸어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프리한게 아니라서 택시밖에는 선택지가 없었어요. 다행히 도착 시간도 거의 비슷해서 편의점에서 간단한 아침식사와 물 등을 보충하고 휴식을 취했어요.

이미 전 지칠대로 지쳐서 이대로 집에 가고 싶은 맘이 한가득이었지만, 어렵게 합류했는데 이대로 포기하는것도 너무 아까워서 마음이 복잡했어요.

그래서 일단 갈때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사패산을 향해 이동을 했어요. -_-; 그런데 팀원들에 비해서 평지에서도 꼴등으로 뒤쳐지기 시작했어요.

<사패산 정상>

호암사를 거쳐 사패산을 오르는 길은 무척 힘들었어요.

스틱을 지팡이 삼아 팔 힘으로 올랐죠.

중간에 깔딱 계단이 있어서 많이 뒤쳐졌지만

같이 가고있는 팀원들을 생각하며 힘을 냈어요.

포대능선과 사패산 정상 갈림길은 갔던길을 다시 와야해서 배낭을 한곳에 내려두고 맨 몸으로 사패산 정상으로 갔어요. 배낭의 무게라고해도 4~5kg 내외였는데 이렇게 가벼울 수 있다니... ㅠㅠ

다행히 사패산 정상에서 팀원들을 모두 만났어요.

단사(단체 기념사진)를 찍고 예정 시간에서 많이 늦어졌다고 서둘러 도봉산으로 향했어요.

<도봉산> 왼쪽 자운봉, 오른쪽 신선대

포대능선은 고도차가 많이 없어서 비교적 수월하게 갔어요. Y계곡도 우회길로 갔는데 암릉길에 익숙해지면 Y계곡길이 빠르고 쉽더라고요.

신선대 앞에서 팀원들은 정상에 갔다온다고 했지만

전 이미 탈진 상태여서 넓적 바위에 그대로 뻗어서 누워있었어요. 순간 졸음이 쏟아져 깜빡깜빡 졸았는데 거의 기절했다가 깨는 수준이였어요.

신선대에 사람도 많고 한두번 와봤던 곳도 아니고 다음에 언제든지 올 수 있으니까... 이렇게 핑계를 대며 자기에게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솔직히 가기 싫은것 뿐이었어요.

 

너무 무덥고 땀에 흠뻑젖고

물도 거의 바닥에 체력도 바닥

무릎은 양쪽 모두 통증이 오고

근육도 경련오고 사타구니도 계속 옷에 쓸려서

너무너무 아프고 힘들었어요. ㅠㅠ

이대로 푹 자고 싶었지만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어요.

<원통사>

물이 다 떨어져서 원통사 약수터에서 물보충을 했어요.

차도 기름 없이 못가듯이

등산에서 물은 생명수예요.

물을 나눠준다는건 자기 생명을 나눠준다는 의미

욕 안먹으려면 항상 물은 넉넉히 준비하세요. ^^

 

우이신설역으로 하산 했어요.

하지만 날씨도 덥고 팀원들 상태도 안좋았어요.

물론 완주를 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과반수 이상이 북한산을 계속 진행하는것은

무리이고 시간도 너무 지체되기에

도봉산까지 해서 끝내는것으로 결론 내렸어요.

저도 옷의 마찰로 인해 사타구니가 쓸려서 붓고 피가나고

무릎도 아프고 체력적 한계가 왔거든요.

가슴 한켠에는 못다한 숙제가 남아서 아쉬웠는데

2~30km 종주도 안하다가 갑자기

40km대 종주를 한다는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임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다음에는 꼭 오늘에 실패를 거울삼아 준비를 잘해서 강북5산 종주에 성공할거라 다짐해봐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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